은희의 하루를 다룬 영화 '최악의 하루'
영화 최악의 하루에서는 연기에 능하며 거짓말도 잘하는 배우 지망생 은희가 등장합니다. 그녀의 남자 친구는 은희가 바람을 핀 전적이 있으며 자주 거짓말을 한다며 나무랍니다. 하지만 은희를 타박하는 현오 또한 같은 잘못은 저지른 것은 물론 은희 앞에서 바람피운 여자의 이름을 부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은희가 잠시 만났던 이혼남 운철은 진심을 감춘 이상한 논리의 말을 늘어놓으며 은희를 화나게 합니다. 결국 세 사람은 남산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그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었던 은희는 두 남자를 마주하고 자리에 망연자실한 채 자리에 주저앉습니다. 은희의 거짓말이 들통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결국 두 남자는 은희를 떠나게 되고 은희는 남산에 홀로 남아 어두워지는 저녁 하늘을 바라봅니다. 은희는 연기 연습을 할 때 사용한 대사인 신이 자신의 하루를 망치기 위해 작정한 것 같다는 대사를 혼잣말처럼 합니다. 은희가 그 대사를 말한 이유는 대사 그대로 오늘 은희의 하루가 최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처럼 은희에게 오늘 하루는 최악은 아닙니다. 아름다운 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최악의 하루는 독특한 인물들과 그런 인물들이 하는 대화를 통해 특별한 사건 없이도 흥미진진한 영화였습니다.
상대에 따라 변하는 은희의 태도
영화 최악의 하루 주인공인 은희는 사실 호감이 가는 인물은 아닙니다. 은희는 현오와 사귀는 도중 이혼남이었던 운철과 바람을 피웠습니다. 은희는 남자 친구 현오에게는 운철을 잊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은희는 운철을 만났을 때 감정이 남아 있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운철이 남산을 떠나지 않고 은희를 만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은희의 말을 믿고 은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결과 은희는 남자 친구 현오와 운철을 한곳에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은희가 운철을 단호하게 내쳤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 영화에서 은희라는 인물이 흥미로웠던 점은 상대를 비추는 거울처럼 은희의 태도가 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오와 만날 때 은희는 현오의 태도와 유사한 모습을 보입니다. 심지어 현오와 은희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은희가 현오와 사귀는 도중 이혼남 운철을 만난 것처럼 현오 또한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난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은희는 운철을 만날 때도 운철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듯 보입니다. 게다가 은희와 운철은 행동도 같아 보입니다. 은희는 남자 친구 현오를 사귀고 있으면서 운철에게 마음이 있다고 말합니다. 운철 또한 최근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희에게 호감이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그래서 저는 운철과 현오가 은희를 다그쳤을 때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오와 운철도 은희와 같은 잘못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러한 인물들의 행동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가 저지른 잘못은 너그럽게 넘어가고 타인이 저지른 잘못에 가혹한 태도를 취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만난 은희와 료헤이
은희는 현오와 운철에게 많은 거짓말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은희는 오전에 길을 가르쳐 주었던 일본인 소설가 료헤이에게는 거짓말을 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료헤이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일본어와 영어에 서툴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독특한 지점은 은희가 언어로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료헤이와 만났을 때 진심으로 소통했다는 점입니다. 은희는 운철과 현오와의 대면한 이후 지친듯한 모습으로 서울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남산 중턱에 놓인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그곳을 지나던 료헤이는 은희에게 다가가 말을 겁니다. 은희는 다시 만나게 된 료헤이를 반가워합니다. 은희와 료헤이는 남산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은희는 료헤이에게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서툰 언어로 털어놓게 됩니다. 매번 비극으로 끝나는 소설을 썼던 료헤이는 은희의 이야기를 듣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을 구상하게 됩니다. 마치 최악이라 생각했던 은희의 하루는 료헤이와 다시 만나게 된 뒤 달라지게 됩니다. 은희의 부탁으로 료헤이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소설 속 문장을 일본어로 말합니다. 은희는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료헤이의 말을 해석할 수 없지만 료헤이의 따뜻한 목소리에 위로를 받게 됩니다. 저는 영화 최악의 하루가 은희와 료헤를 통해 진심이 담긴 소통이 과연 언어로만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묻고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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