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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토니 타키타니 (Tony Takitani, 2004)

감각적인 장면이 눈에 띄는 영화 '토니 타키타니'

영화 토니 타키타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렉싱턴의 유령]에 수록된 단편 '토니 타키타니'를 원작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고독 속에서 사는 것이 익숙한 주인공과 공허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사치를 부렸던 에이코에 대한 캐릭터 묘사가 소설에 비해 영화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에이코가 세상을 등진 뒤 화려한 옷들이 가득한 드레스룸에서 홀로 있는 토니의 고독한 모습은 화려한 옷과 대비되어 영화의 고독한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하였습니다. 감각적인 장면들을 통해 한 남자의 고독을 섬세하게 보여준 영화 토니 타키타니 리뷰하겠습니다.

 

영화 토니 타키타니 포스터
토니 타키타니

 

외로움 속에서 자라난 토니 타키타니

영화 주인공인 토니 타키타니의 어머니는 토니가 태어나자마자 일찍 세상을 떠났습니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공연을 하러 다니기 위해 항상 밖으로 나돌아 다니는 트롬본 연주자였습니다. 그 결과 토니는 외로움 속에 자라납니다. 고독이 일상이었던 그에게 외로움이란 그와 함께 있는 것일 뿐 특별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지도 않았으며 결혼에 대한 생각조차 품지 않았습니다.

토니는 뛰어난 그림 실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항상 혼자였기에 그 시간에 그림을 그렸던 토니는 저절로 실력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뛰어난 실력 덕택에 성공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습니다. 토니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만족감을 느끼며 안정적인 일상을 꾸려나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니의 사무실에서 에이코가 입사하여 일하게 됩니다. 에이코와 함께 일하게 된 토니는 에이코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토니는 에이코를 만나며 한 번도 꿈꾼 적이 없었던 결혼을 생각하게 됩니다. 토니는 오랜 고민 끝에 에이코에게 청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에이코에겐 이미 다른 남자 친구가 있었습니다. 토니는 그 사실을 알고 좌절하고 맙니다. 토니는 에이코의 대답만을 기다리며 외로운 시간을 보냅니다. 토니에게 외로움이 익숙한 감정이었지만 에이코의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에이코는 오랜 고민 끝에 토니의 청혼을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부부가 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에이코는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합니다. 다시 홀로 남겨진 토니는 아내를 그리워하며 외로움을 견디게 됩니다.

 

다시 고독해진 토니 타키타니

아내 에이코가 죽고 난 뒤 토니는 아내의 드레스룸 안에서 옷을 둘러봅니다. 에이코의 옷을 한참 바라보고 난 뒤 토니는 신문에 구인공고를 냅니다. 토니는 구인공고를 통해 에이코와 신체 사이즈가 비슷한 사람을 찾게 됩니다. 히사코는 토니가 낸 채용공고를 보고 일을 구하기 위해 토니의 사무실을 찾습니다. 놀랍게도 히사코는 에이코와 신체사이즈는 물론 얼굴까지 똑같습니다. 토니는 히사코에게 사무실에서 할 일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리고 토니는 히사코에게 에이코의 옷을 입고 출근할 것을 조심스럽게 부탁합니다.

히사코는 에이코의 드레스룸으로 가 감탄하며 옷들을 둘러봅니다. 그녀는 마음에 드는 코트를 골라 입어보다 눈물을 흘립니다. 히사코는 드레스룸의 주인인 에이코처럼 화려한 옷 한번 입어보지 못한 본인의 처지가 슬프게 느껴져서 눈물을 흘리게 된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히사코의 눈물은 토니에게도 영향을 끼칩니다. 토니는 히사코에게 채용을 철회한다고 밝힌 뒤 아내의 옷들을 태워버립니다. 토니는 고통스러운 외로움을 침묵 속에서 견디며 다시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토니 타키타니는 다시 고독해지게 된 것입니다.

 

감상평

영화 토니 타키타니의 두 주인공 토니와 에이코는 결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토니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메말라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토니가 사랑하는 에이코는 끊임없이 옷을 사는 데 몰두하며 쇼핑 중독에 빠져 있습니다. 특히 에이코의 사치는 그녀 스스로가 말했던 것처럼 마음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사치이기 때문에 그녀는 만족을 느낄 수 없습니다. 마음의 허전함을 외모를 치장하는 것을 통해 채우는 것이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에이코를 사랑하고 그녀의 패션을 존중했던 토니지만 하루가 다르게 드레스룸에 쌓이는 옷들을 보며 심각성을 느끼게 됩니다. 토니는 에이코에게 사치를 부리는 것을 멈추기를 제안합니다. 에이코는 남편의 말을 따르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녀 또한 남편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그녀는 아직 사용하지 않은 새 옷을 매장에 반품하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매장에서 옷을 환불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의 머릿속은 환불한 옷들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결국 그녀는 다시 옷을 사기 위해 매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등지게 됩니다. 에이코는 토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도 자신의 사치를 멈출 수 없었던 것입니다. 영화 토니 타키타니는 에이코와 토니의 이야기를 보여주며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텅 빈 마음을 보여주며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