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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Ora, Ora Be Goin′ Alone, 2020)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포스터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우울한 것이 아닌 노인의 삶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투병 생활 끝에 세상을 등진 남편을 보낸 뒤 혼자 살아가게 된 모모코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모모코에게는 아들과 딸이 있지만 아들은 연락이 끊긴 지 오래고 딸은 도움이 필요할 때만 모모코를 찾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내는 모모코는 스스로 여러 인물을 가상으로 만들어냅니다. 모모코는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들과 대화를 이어나가며 과거의 일을 반추하기도 하고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았던 감정을 말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남편을 여의고 자식과도 관계가 소원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주어진 삶을 향해 힘차게 걸어 나가는 모모코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이러한 모모코의 모습을 통해 홀로 남은 노인의 삶이 그저 우울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모모코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자주 과거의 일을 떠올립니다. 모모코는 사랑하는 남편 슈조를 만나기 전의 일을 떠올립니다. 모모코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략결혼을 하기로 예정된 남자와의 결혼을 피하기 위해 집을 떠나 홀로 다른 도시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던 모모코는 식당을 자주 찾았던 슈조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그와 사랑에 빠져 가정을 일구게 됩니다. 모모코는 자신의 삶을 찾아 도쿄에 오게 되었지만 결국 슈조와 가정을 꾸리게 되어 평범한 아내, 두 아이 엄마로 지내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가정에 매이게 되면서 본인이 원하는 진취적인 삶을 살아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모모코는 홀로 되고 나서야 스스로의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모모코의 모습은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와카타케 치사코를 떠올리게 합니다. 와카타케 치사코는 남편이 세상을 등진 뒤 55세의 나이에 문학 강좌를 듣게 됩니다. 아마 그녀에게는 글을 쓰고자 하는 마음이 전부터 있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비로소 혼자가 된 뒤에야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게 되었던 것입니다. 와카타케 치사코는 결국 소설가라는 꿈을 꾸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여 63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소설가로 데뷔하게 됩니다. 그 후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를 완성하여 일본의 최고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소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 짧은 기간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게 되었습니다.

감상평

영화 속 모모코의 삶을 들여다보며 노년을 맞이하는 것이 타인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노년기는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 모모코와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이 많습니다. 모모카가 자주 가는 병원 대기실에서 많은 노인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장면은 일본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그러한 상황은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점차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 또한 노인 인구의 증가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노인 인구의 증가가 사회적 문제라고 주장하는 기사를 종종 보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 이를 다르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출생률이 점차 낮아지는 것은 사회적 문제라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것이 과연 사회적 문제라고만 보는 시선이 맞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노년의 삶은 무조건 외로울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의 증가가 사회적 문제라는 기사 또한 이러한 편견을 바탕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영화는 모모코를 통해 노년의 시기를 다르게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합니다. 영화는 모모코를 통해 노년기를 맞아 홀로 살아가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노년기에 접어들어 비로소 자유로워진 모모코가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더욱 잘 알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이라고 영화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는 관객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