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이야기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2016)

켄 로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짐 자무쉬의 "패터슨", 다르덴 형제의 "언노운 걸" 등 쟁쟁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2016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여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로써 켄 로치 감독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황금종려상을 받아 거장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굳혔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국내 개봉 당시 영화 홍보를 많이 하지 않은 데다가 상영관도 적어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훌륭한 영화라는 평을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예매율이 상승하여 흥행 돌풍을 일으켜 주목을 끌었던 영화입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포스터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줄거리

직업이 목수인 다니엘은 오랫동안 성실하게 일해왔지만 몸이 좋지 않아 일을 쉬게 됩니다. 다니엘은 일을 쉬는 동안 마땅한 수입이 없어 국가에서 제공하는 정책인 질병 수당 신청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무슨 이유에서인지 신청이 불허됐다는 우편물을 받게 됩니다. 다니엘은 기각된 이유를 알고 싶어 복지부에 전화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수화기에서는 기다리라는 음성 메시지만 들리고 상담원과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다니엘은 오래 기다린 뒤 겨우 상담원과 통화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상담원은 또다시 명확한 답을 해주지 않은 채 전화를 끊으려 합니다. 화가 난 다니엘은 자신의 질병 수당 신청을 불허한 심사관을 만나기 위해 복지부에 찾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그곳의 직원은 질병 수당 신청이 반려됐을 때 할 수 있는 서류적인 신청이나 구직활동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구직 수당을 신청하라고 다니엘에게 안내합니다. 결국 다니엘은 직원의 안내에 따라 구직 신청을 하기 위해 상담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상담원은 몸이 안 좋아 구직을 할 수 없던 다니엘에게 구직 수당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구직을 구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습니다. 그렇게 상담을 받고 있던 다니엘은 그곳에서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케이티를 발견하게 됩니다. 케이티는 두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였습니다. 케이티는 사정상 관공서가 요구하는 출석일 날 지각을 하게 돼 제재를 받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케이티는 지각을 하게 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지만 직원은 케이티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원칙을 우선하는 답변만 반복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다니엘은 케이티 대신에 화를 내며 직원에게 따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다니엘과 케이티는 복지부 기관에서 쫓겨나고 맙니다. 그들은 과연 자신들에게 닥친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요?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는 다니엘

평생 컴퓨터를 사용한 적이 없던 다니엘에게 컴퓨터로 인터넷을 사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다니엘은 구직수당 신청은 인터넷으로 해야 한다는 직원의 말에 난감하기만 합니다. 구직 수당 신청은 시작부터 삐그덕거립니다. 컴퓨터 실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다니엘은 자신의 순서가 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그는 겨우 인터넷 앞에 앉게 되지만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다니엘은 컴퓨터를 다룰 수 없었던 것입니다. 공무원은 다니엘에게 인터넷으로 가능하다는 안내만 해줄 뿐 더 이상 도와주지 않습니다. 결국 다니엘은 구직 수당 신청을 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아마도 구직수당을 신청하는 것을 인터넷으로 하는 이유는 간편해서일 것입니다. 구직수당 신청서를 검토하고 처리할 때도 서면으로 된 신청서를 일일이 검토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고 간편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구직수당을 신청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청서에 일일이 손으로 써서 작성하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작성하는 것이 더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들일 경우입니다. 하지만 다니엘처럼 컴퓨터를 평생 다뤄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컴퓨터로 구직수당을 신청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습니다. 인터넷으로 구직 수당을 신청해야 한다는 제도를 만들기 전에 컴퓨터를 다루는 것이 힘든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했더라면 다니엘처럼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도 복지 제도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지제도의 가치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영화 제목이자 주인공인 다니엘은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병의 악화로 인해 의사로부터 일을 하면 안 된다는 소견을 받은 상태입니다. 어떠한 수입도 없던 다니엘은 국가 복지 제도로 마련된 질병 수당을 신청하게 됩니다. 하지만 복지부에서는 의사의 말과 달리 다니엘에게 일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말하며 질병 수당 지급을 기각합니다. 또한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케이티는 미혼모로서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입니다. 케이티는 아이들을 혼자 돌봐야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티가 할 수 있는 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케이티의 상황은 어렵기 때문에 당연히 국가에서 도움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케이티는 복지부에서 시행하는 교육에 지각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이 돼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케이티와 다니엘이 겪게 된 일을 보여주며 관료주의적 시스템으로 인해 복지제도 혜택을 받아야 할 시민들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니엘과 케이티에겐 국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관료적 절차에 따라 다니엘과 케이티는 복지 혜택에서 제외됩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이 관료적 절차로 인해 다니엘과 케이티처럼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저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본 뒤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소외된 사람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진정으로 복지제도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