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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우리도 사랑일까 (Take This Waltz, 2011)

배우 겸 감독 사라 폴리가 제작한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는 배우와 감독을 넘나들며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는 사라 폴리 감독의 작품입니다. 사라 폴리는 '우리도 사랑일까'를 통해 사랑의 실상을 섬세하게 보여주었다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주인공 마고 역을 맡은 미셀 윌리암스는 감정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마고 역을 멋지게 소화해내 영화의 몰입감을 더하였습니다. 쉽게 변하는 주인공 마고의 마음을 통해 사랑의 민낯을 보여주는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포스터
우리도 사랑일까

설렘과 지루함을 반복하는 사람의 마음

영화 '우리는 사랑일까'는 언뜻 보기에 설렘이 익숙함으로 변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익숙한 상황에서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영화 '우리는 사랑일까'의 주인공 마고에게 있어서 부족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다정한 남편은 언제나 마고를 웃게 해 주고 남편의 가족들은 마고에게 친절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마고의 마음입니다. 평화롭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마고는 자신에게 설렘을 주는 다니엘을 만나자마자 다니엘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마고는 다정한 남편을 배신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만 결국 마고는 본인을 설레게 하는 다니엘을 선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설렘을 느끼는 것도 오래가지 않습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마고는 다니엘과의 관계에 지루함을 느낍니다. 상대가 누구든 설렘과 지루함을 반복하는 사람의 마음은 계속되는 것입니다.

마고의 죄책감

영화 속에서 마고는 바람을 피웁니다. 보통 이런 경우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시청자나 관객이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상황을 설정해 놓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에서는 그런 상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고의 남편 루는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인 데다 그녀를 사랑해줍니다. 한국에서 자주 발생하는 남편 가족과의 갈등 또한 마고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마고는 남편에게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화를 냅니다. 마고는 루가 일을 하느라 바빠서 마고의 유혹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울면서 화를 냅니다. 마고의 이상한 행동에 루는 당황하게 됩니다. 이러한 마고의 행동은 죄책감을 덜기 위한 노력으로 보입니다.

다니엘에게 설레는 자신의 감정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마고는 선뜻 다니엘에게 먼저 만나자거나 유혹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마고는 다니엘이 자신에게 올 수 있도록 이끕니다. 마고는 다니엘이 본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다니엘의 주변을 기웃거립니다. 심지어 다니엘이 들을 수 있도록 자신이 수영장에 간다는 말을 집 앞 테라스에 서서 크게 말합니다. 마고의 목소리를 들은 다니엘은 마고를 따라가게 되고 마고는 자신을 따라오는 다니엘을 의식하며 미소를 짓습니다. 마고는 이러한 행동들을 통해 다니엘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따라오는 상황을 만들어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다니엘과 만나게 되는 것이라는 듯한 상황을 연출합니다. 이러한 마고의 행동은 바람을 피우면서 느낄 수밖에 없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으로 보입니다.

'우리도 사랑일까'의 결말과 나의 생각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에서 많은 여운을 주는 장면은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너무나도 쉽게 변하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마고가 다니엘을 선택해서 사랑을 이루는 장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는 마고와 다니엘의 사랑이 이루어진 이후에 있습니다.

결국 함께 살게 된 마고와 다니엘은 여러 방법으로 사랑을 나눕니다. 처음에 마고와 다니엘은 누구보다 행복해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거친 후 마고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며 다니엘에게 지루해하는 얼굴로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설렘을 찾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달려 가지만 그 종착지는 결국 지루함이었던 것입니다. 다니엘과의 설레는 감정이 지나간 뒤 마고는 루를 떠올리며 그리워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마고가 루에게 준 상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마고를 보며 장난감에 자주 싫증을 내는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은 원하는 장난감이 있으면 그 장난감을 손에 넣을 때까지 며칠간 부모님을 졸라서 얻어내지만 곧 지루해하고 다른 장난감에 눈을 돌립니다. 아이들의 이러한 행동은 아직 욕구를 절제하기 힘들고 감정에 솔직한 어린아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어쩌면 마고 또한 어린아이와 같이 너무 현재의 감정에만 집중했던 것을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고는 성인이기에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할 것입니다. 후회 또한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